"미국에서 일본의 하이쿠(俳句)는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우리의 전통 시조(時調)는 아직 생소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종문화회에서 매년 주최하고 있는 영어 시조 경연대회를 통해 미국 학생들 사이에서 시조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에서 결성된 '세종문화회'의 사무총장을 맞고 있는 루시 박(한국명 박종희ㆍ59ㆍ사진) 일리노이주립대 의대 교수는 29일 서울 충무로 서울경제신문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04년 미국 시카고에서 교민들이 미국 사회에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결성한 '세종문화회'는 매년 시조와 수필, 한국 음악에 걸쳐 청소년을 대상으로 콩쿠르를 개최한다. 영어로 시조를 짓는다는 게 생소하게 들렸지만 박 교수는 영어 시조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영어 시조는 한국어의 음절에 해당하는 실러블 숫자를 맞춰 운율이 느껴지도록 한 시의 형식을 취한다"며 "일본의 하이쿠보다 복잡하지만 훨씬 더 흥미로워 어린 학생들과 교사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시조 경연대회에 참가한 학생은 지난해 150여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세 배 늘어난 450여명에 달했다. 게다가 응모자 중 미국인 비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6월 끝난 세종 작문 경연대회에서 시조 부문 1위는 미국인 학생이 차지해 500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박 교수는 "미국 학생들이 시조를 지어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며 "재정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대회 수상자들과 교사들을 한국에 초청해 세미나 등을 진행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는 시조 경연대회뿐 아니라 콩쿠르 참가자들이 한국 음악을 경험하도록 하는 '세종 음악 경연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박 교수는 "시카고에는 중국 교민을 중심으로 '차이니스 파인 아츠 소사이어티'가 있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 경연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보고 음악에 관심이 높은 한인 교포들을 중심으로 뜻을 모아 음악 콩쿠르를 연 게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한인 교포 200여명의 후원금으로 진행되는 탓에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장 큰 애로점이라고 밝힌 박 교수는 "음악회와 작문 경연대회에 매년 4만달러의 돈이 필요한데 늘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미술 경연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위해 모국에 있는 분들이 조금씩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sejongculturalsociety.org)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