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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시조의 즐거움 미 청소년들 반했죠” [중앙일보]

미국 시조대회 여는 루시 박

Lucy Park
루시 박 세종문화회 총장은 "미국 청소년들이 영어시조를 흥미있어 한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A single sole was lost today, deep in the river Yalu(오늘 신발 밑창 하나를 잃어버렸네, 압록강 깊이),/Thrashing, twisting, torn to shreds with color quickly fading(몸부림치고, 뒤틀리고, 색깔이 닳아 없어지도록 갈가리 찢기며)./On the bridge a small boy laughs, holding out his empty shoe(다리 위에서 작은 소년 하나 웃고 있네, 밑창 없는 신을 든 채).”

미국 인디애나주 사우스몬트 하이스쿨 12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 크리지 클로저가 쓴 영어시조다. 영어로 시조를 쓴다고? 사실이다. 영어시조가 미국 청소년들에게 인기다. 영어시조는 한국어의 음절(音節)에 해당하는 ‘syllable(실러블)’ 숫자를 맞춰 운율이 느껴지도록 한 시 형식이다. 미국 시카고 교민들이 미국 사회에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2004년 결성한 모임인 ‘세종문화회’는 지난해부터 교포 학생은 물론 미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시조 대회’를 열고 있다. 이 단체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루시 박(한국명 박종희) 일리노이주립대 의대 교수는 “지난해 150명 정도이던 응모자가 올해 450명가량으로 크게 늘었다”고 18일 말했다. 또 응모자 중 교포 학생 아닌 미국인 학생 비율도 지난해 80%에서 올해 90% 수준으로 높아졌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박 교수는 “‘세종문화회’가 백일장을 홍보하는 우편물 발송을 크게 늘린 덕도 있지만 몇몇 중·고등학교의 문학 담당 교사들이 재미있다는 메일을 보내올 정도로 영어시조 자체의 매력도 작용해 응모자가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인용한 영어시조는 올해 ‘영어시조대회’ 1등 작품이다. 신발 밑창을 잃어버린 속상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짓는 소년의 천진함에서 동양화 같은 고요함이 느껴진다. ‘압록강(river Yalu)’에 주목하면 남북한의 분단 현실까지 포함하는 복합적인 것으로 시조의 의미가 확장된다.

박 교수는 “일본의 하이쿠는 상당수 미국 학생들이 초등학생 시절부터 문학 수업 시간에 자연스럽게 접한다”며 “시조도 그렇게 대중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는 박 교수의 제안으로 결성됐다. 교포들이 십시일반 내는 후원금으로 운영되며 참가자들이 한국 음악을 연주토록 하는 ‘세종음악경연대회’, 수필·시조를 포함하는 ‘세종작문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신준봉 기자, 사진=김성룡기자

 


 

 

중앙일보 (Joins.com) Article June 2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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